아쿠아맨과 마우이, 헐리우드가 찾은 새로운 마초들 취미생활

[아쿠아맨]에서 가장 절묘한 캐스팅은 앰버 허드나 니콜 키드먼이 아닌 제이슨 모모아다. 이건 내 의견이라기보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에 가깝다. DC 확장 유니버스의 주인공들은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 원작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 같은 외모인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하면 영화판 아서 커리와 원작의 아쿠아맨은 닮은 점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될 정도로 다르다.

그러나 이만큼 절묘한 캐스팅도 없을 것이다. 원작 그대로 금발 백인 미남이 물고기 비늘옷을 입고 아쿠아맨을 자처했다면 관객들의 눈에 키치로 보였을 것이 뻔하다. 이미 영상화된 적이 많아 유치하다는 이미지를 깬 슈퍼맨이나 배트맨에 비하면 차원이 다른 난이도였다.

아쿠아맨이 코스프레가 아닌 영화의상으로 보일 수 있게 한 건 대부분 모모아의 타고난 매력이다. 모모아는 머리색, 머리모양, 피부색, 눈 색 등등, 한 마디로 말해서 인종 설정이 원작의 아쿠아맨과 딴판이다. 모모아는 폴리네시아의 일부인 하와이 원주민 혈통이다. 헐리우드가 동원할 수 있는 미국의 인종 중 바다의 주인에 가장 근접한 혈통이라면 바로 해양민족인 폴리네시아인이다. 어쩌면 아쿠아맨은 만화에 등장한지 약 8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가장 어울리는 외모를 찾은 것이다.

모모아의 한쪽 팔뚝에는 연속 삼각형 문신이 새겨져 있다. 이 문신은 모모아 집안의 영적 상징(아우마쿠아)인 상어를 형상화한 것이다. 영화는 이 문신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적극 활용했다. 더 많은 문신 분장으로 아서 커리의 몸을 뒤덮어 폴리네시아인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아버지는 아서에게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더 많은 문신을 하라고 성화셨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모아는 영화 홍보를 위해 여러 번 하카를 췄다. 마오리족의 전쟁춤으로 유명한 하카 역시 폴리네시아인들의 전통 중 하나다. 모모아와 함께 하카를 추며 돌아다니는 멤버 가운데는 근육질의 남성뿐 아니라 소녀들도 포함돼 달라진 시대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 안팎에서, 모모아와 아쿠아맨은 태평양을 누비고 다닌 해양민족의 후손이다.

모모아의 외모를 영화에서 활용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영화 속 아틀란티스는 백인들만으로 가득한 세상으로 묘사돼 있으며, 모모아의 까무잡잡한 피부는 잡종의 상징(원작과는 다르다. 원작 중에서는 커리의 금발이 오히려 배척당하는 설정도 있다)이다. 그러나 아틀란티스 기득권층의 편견과 달리, 커리가 ‘잡종’이라는 건 육지와 바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상징으로 발전해간다. 소수민족 출신 배우가 헐리우드의 비주류에서 주류로 올라섰다는 영화 밖 상황과 묘하게 겹쳐 보인다.

모모아에 앞서 드웨인 존슨이 있다. 존슨은 헐리우드의 대표적인 근육질 액션 주인공으로 맹활약 중이다. 아쿠아맨에 앞서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는 더 적극적으로 폴리네시아 문화에 기반을 둔 작품인데, 존슨은 창세설화의 주인공인 마우이의 목소리를 맡았다. 존슨도 모모아처럼 영화 홍보를 위해 하카를 췄다. 하와이(마우이는 하와이의 섬 중 하나의 이름이기도 하다)에서였다.

존슨과 모모아는 헐리우드가 찾은 새로운 마초성이다. 30여 년 전에는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워제네거처럼 보디빌딩으로 단련된 백인 남성이 남성미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폴리네시아계 남성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폴리네시아계는 선천적으로 몸이 두껍고 힘이 좋은 걸로 유명한 민족이다. 이들의 보여주는 마초성은 백인 근육남들보다 더 자연스럽고, 타고난 마초성을 잘 보여준다. 똥폼을 잡기보다 씩 미소지으며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쿨가이들의 이미지다. 이들은 문화적 다양성이 상업적으로 왜 쓸모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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