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안젤로의 컴백을 기다리며 취미생활




나는 디안젤로의 열렬한 팬은 아니다. 그러나 그를 아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의 컴백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 초부터 유투브에서 접하기 시작한 그의 최신 라이브 영상은 '드디어 돌아왔다'라는 반가움을 주는 동시에 '앨범 내려면 또 몇년이 걸리려나' 싶은 까마득함도 함께 안겨줬다. 그리고 더 중요한 느낌은 그가 뭔가 변했다는 것이다. 

아마 더이상 섹시하지 않아보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Untitled의 노골적인 비디오가 아니더라도, 그는 섹스심벌을 넘어 보는 이에게 완전히 새로운 감흥을 줄 수 있는 목소리와 정신을 갖고 있었다. 위대한 흑인 음악가(특히 블루스)들이 흔히 그렇듯 그도 일종의 영성을 핏줄 구석구석까지 새기고 있다. 어려서부터 오순절 교회의 문화를 체득하고 자란 그는 영적인 세계와 현실 세계에 걸친 듯한 눈빛을 하고 있는 때가 잦았다. 

그래서 그의 앨범을 듣는 건 묘한 희열을 준다. 그의 앨범 Voodoo는 듣는 음악이 아니라 체험하는 음악(개인적으로는 라디오헤드의 OK Computer와 함께)이었다. 어느 여름날 듣고 있으면 여기가 내 방이 아닌 열대의 어딘가로 변하는 듯한 느낌. 

D'는 중독과 재활의 지난한 과정을 넘어 다시 돌아왔다. 영상 속 그는 여전한 목소리, 여전한 건반 연주로 퀘스트러브와 호흡을 맞췄다. Africa. The Roots, Lady 등 아름다운 트랙들을 능숙하게 연주했고 독특한 음색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재활을 거쳐 한결 단정한 인상이 된 D'는 더이상 듣는 이의 애간장을 끓이지 않는다. 좋은 노래를 듣고 있으나 그 너머의 뭔가를 건드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왜 기분이 달라졌지? 일단 달라진 겉모습이 한 몫 한다. 엄청나게 불어났던 체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근육을 늘렸기 때문에 예전의 섬세한 인상이 사라졌다. 헬스를 너무 많이 해서 근육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같은 느낌? 거기다 페도라를 쓰고 기타를 연주하는 그는 '검고 큰 제이슨 므라즈' 같아 보인다. 제이슨 므라즈도 물론 섹시할 수 있지만 왕년의 D'에 비할쏘냐.

더 큰 차이는, 그가 더이상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대한 흑인 음악가들이 흔히 그렇듯, 그는 수줍음과 당당함을 동시에 내뿜곤 했다. 위대한 흑인 음악가들이 흔히 그렇듯, 그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느낌을 풍겼다. 그러나 그 죽음의 그림자에서 돌아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 그는 이제 위태롭다기보다 건강한 느낌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를 살린 투쟁이 그의 예술성을 깎아냈다는 느낌도 있다. 이 느낌은 내 오바질에 불과한가? 

물론 요절한 천재가 되길 바란다는 건 아니지만... D'의 건강한 모습은 안도감과 함께 안타까움도 준다. 그가 언젠가 발표할 새 음반은 얼마나 미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작은 깨달음. 재활이란 건 원래 사람 안에 있는 위태로운 부분을 거세하는 과정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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