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풋 발진! (vs 서울) 대구


대구 1vs1 서울, 2012/03/04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아시르 감독은 예상보다 더 과감하게 대구에 브라질식 축구를 이식하려 하고 있다.
얼마 전 구단 직원에게 농담으로 "설마 4-2-2-2, 4-3-1-2 이런 거 하다가 망하는 거 아니겠죠?"라고 이야기했다. 브라질식 전형을 갑작스레 도입하면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대구는 진짜로 4-2-2-2를 들고 나왔다.

김대열과 송한복이 도블레 피보테에 가까운 임무를 맡았고, 마테우스와 황일수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마테우스는 수비시에 뒤로 쳐지며 김대열, 송한복과 함께 3인 라인을 형성했다. 황일수는 미들과 공격 사이의 넓은 공간을 폭발적인 주력으로 메우며 공미 노릇을 했다. 황순민이 종종 후방으로 내려왔고, 이진호는 전방에 짱박혔다.
4-2-2-2를 약간 개량한 4-3-1-2. 이거 브라질 리그에서 완전 유행하는 방식 아닌가? 약간 현대축구에 적응한 4-2-2-2 말이다. 2010년의 브라질 대표팀에 대입해보면 김대열이 질베르투 실바, 송한복이 멜루, 마테우스가 엘라누, 황일수가 카카인 셈이다. 

놀라운 건 이 방식이 꽤 먹혔다는 것이다. 서울이 워낙 못해서 먹힌 것일 수도 있지만, 좁은 지역에서 집요하게 공을 지키며 결국 공격을 전개하는 플레이가 꽤 보기 즐거웠다. 이진호의 키핑력과 황일수의 주력, 나머지 선수들의 적극적인 조력이 어울렸다. 수비에 구멍이 생기려 하면 김대열과 송한복이 거친 플레이로 끊었다.
게다가 대구의 득점자는 강용이었다. 골 넣는 풀백! 가...강이콘 짜응! 

이 플레이가 90분 내내 유지되지 않은 것은 한계다. ITC 발급이 늦어져서 경기에 못 나온 지넬손 및 레안드리뉴가 합류하면 좀 더 나은 기술로 90분 내내 삼바풋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
교체 이후의 고전도 주목할 만한 부분. 마테우스를 송창호로 바꾼 뒤 서울에 흐름을 더 내줬다. 공격수가 본업인 마테우스 대신 전문 미드필더 송창호를 투입해 본격 4-3-1-2로 전환, 수비를 강화할 생각이었겠지만 이는 실패했다. 공 다루는 기술이 부족한 송창호가 헤맸기 때문에 공격 전개가 안 됐고 결국 점점 더 밀려야 했다.

아무튼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 한국에서 4-2-2-2(4-3-1-2) 해 보려는 모아시르의 도전, 앞으로 흥미진진할 것 같다.



서울은 뭐... 개판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수비를 강화하고 안정적인 경기를 시도했는데, 이를 위해 공격형 미들을 한 명 줄이고 한태유를 투입했다. 전형은 평소의 4-2-3-1이 아닌 4-3-3이 됐다.
하지만 한태유 앞의 4명 중 3명이 수준 이하의 수비력을 보였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고명진은 수비력이 약하고, 하대성은 좀 낫지만 그다지 역동적인 선수는 아니다. 몰리나 수비가담 안 하는 건 누구나 안다. 
4-3-3을 쓰는 팀이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려면 1) 좌우 공격수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야 하고 2) 수비형 미들의 지원을 받는 두명의 중앙 미들이 적극적으로 상대 공을 탈취해야 한다. 이 날 서울은 둘 다 전혀 안 됐다. 그래서 대구에 속절없이 밀렸다.

물론 더 큰 문제는 대충 뛴 데얀의 부진. 이적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대충 뛰었다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데얀 대신 투입된 김현성은 데얀만큼 PA 안에서 날카로운 선수가 아니다. 여러 장점이 있는 선수지만 역습의 기점이 될 수 있는 스타일은 못 된다. 최 감독이 이를 이해하고 김현성에게 맞는 롤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덧글

  • 른밸 2012/03/05 09:41 # 답글

    황순민이 최전방으로 나왔네요? 목포시청 있을 때 눈여겨 본 선수인데, 경기 스타일도 그렇고 감독님 평가도 그렇고 구자철 다운그레이드버전이었거든요. 구자철 최전방으로 올려 재미본 것처럼 황순민도 위로 올려버린걸까요...
  • redz 2012/03/05 12:11 #

    황순민 선수 낯설었는데 소개해주셔서 이해에 도움이 되네요.
    황순민은 왼쪽이나 후방으로 빠지는 롤을 부여받은 듯 했어요.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보시면 될거에요. 말씀하신대로 구자철을 10번 자리에 쓰는 것과 비슷한 발상 같습니다.
    본문에는 4-2-2-2와 4-3-1-2만 언급했지만, 황순민이 뒤로 빠질 때는 4-2-3-1로 보이기도 했어요. 이 역시 브라질같다는 느낌을 준 대목입니다. 4-3-1-2와 4-2-3-1이 뒤섞인 것 역시 브라질의 방식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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